개발자로 7년 차, 처음으로 회고를 써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개발자들 사이에서 1년마다 회고하는 것이 약간은 유행(?)처럼 느껴져서 하지 않았습니다만…
2025년은 유난히 정신없었던 사이 느낀 것도 많고, 이를 남겨두지 않으면 금방 뇌에서 지워버릴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겨보려고 합니다.
뭐 성장하기 위해 회고해라 이런 것과 완전히 무관하게, 형식 없이, 1년을 돌아보며 두서 없이 써보겠습니다.
쿠버네티스와 비용
몇 년째, 여전히 쿠버네티스와 함께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쿠버네티스 친구들 새로운 릴리즈 열심히 내놓는 건 좋은데, EOL이 너무 짧아서…
덕분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알아야 할 게 생기니, 눈물 나게 고마운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블로그에 게시를 못 했지만, 올해는 쿠버네티스 비용을 가시화하고 모니터링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쿠버네티스 메트릭 기반으로 비용을 가시화하는 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Grafana 기반으로 비용 분석 대시보드를 구축했는데, 확실한 건 아직까진 어딜 찾아봐도 없는 형태의 대시보드라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치 있는 결과물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쿠버네티스 비용 가시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용 절감 활동을 연계하며 느낀 게 있습니다.
“비용 절감하기 참 쉽지 않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에게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귀찮은 일들을 시켜야 하는데, 저로서는 아무런 동기를 줄 수가 없었습니다.
동기에 대한 고민을 하며, 절감 비용의 일부를 작업한 사람 월급에 꽂아주면 참 열심히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AI 시대, 어떻게할까?
이 주제는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최근 1년 사이에 AI의 영향력은 모든 업계에 크고 너무나 빠르게 퍼졌으며, 그 속에서 특히 개발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올 초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모르는 내용에 대해 가볍게 탐색하거나, 경험 없는 언어로 작성된 코드의 에러 분석이 필요할 때 정도에 사용했던 기억입니다.
그런데, 어느새 돌아보니 내 업무 모든 영역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코드 작성부터 새로운 기술 리서치, 문서 작성 등 쉽게 말해 지금은 모든 일을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모두가 가진 생산성, 난 어디서 차별점을 만들지?
일단 다른 건 차치하고, 생산성이 말도 안 되게 높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생산성 측면에서는 AI가 없던 시절에도 나름대로 자신 있었는데, AI를 만나니 그 상한선을 돌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한계선을 넘을 수 있다는 느낌은 큰 만족감을 주는 경험이었네요.
문제는, 모든 사람의 생산성이 상향 평준화되었기에 나만의 강점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AI가 코딩 능력의 저점을 끌어올리면서, 이제 "이걸 어떻게 빨리 만들지?"는 중요성이 크게 떨어졌다 생각합니다.
대신 문제를 빠르게 정의하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해보입니다.
AI는 방법을 확실히 알려주지만, 목적과 맥락은 여전히 사람이 정의해야하기 때문에 이걸 잘 하는 사람이 고생산성 시대에서 확실히 살아남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는 이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는 망했다?
많은 매체에서, 많은 사람이 “개발자가 필요 없어질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내일 또 어떻게 판도가 바뀔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반은 맞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인기 좋던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특히, 신입 개발자가 타격이 큰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최근 개발자로 취업 준비 중인 지인의 동생 포함 몇 명 취업 준비를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 정도 스펙인데 합격할 수가 없다고?”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 회사도, 7년 차인 제가 아직도 막내면… 말 다했죠.
당장 쓸 수 없다 해도 신입이 줄어든다는 건 좋은 소식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반은 틀렸다고 한 이유는, 그럼에도 인간(?) 개발자의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확실히 루틴한 개발/운영 업무, 틀에 맞춰 찍어내는 코드를 생산하는 것은 더 이상 사람이 필요 없는게 확실합니다.
오히려 AI랑 작업하는게 더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니까요.
뻔한 말이지만, 이젠 AI에게 이런 영역을 맡기고 개발자는 이제 더 높은 곳에서 넓게 보기 위해 AI의 머리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아키텍처 설계, 아이디어 구상, 프로젝트 간 설계, 최적화하는 등의 영역으로요.
물론 이 영역에 필요한 개발자의 수도 크게 줄어들 겁니다.
그래도 아직 우리가 AI에게 완전히 대체되지 않고 발붙일 땅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고, 이를 현업에서도 아직은 체감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직 우리 살아있어요!
협업,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 feat. AI )
최근 협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돌아보니, 그 원인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의사소통의 문제나 업무 스타일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것과는 다른, 뚜렷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함께 일하면서 서로가 맡은 업무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저는 이 현상의 원인 역시 AI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과 해석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업무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는 원인을 AI로 꼽은 이유는 협업 상대가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관계없이, 이제 AI를 통해서 나의 영역까지 다 확인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심지어 논의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AI에게 확인하고, 논의가 끝난 후에도 제가 설명한 내용을 다시 AI에게 물어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AI가 아니라는데요?”
처음에 저 말을 들었을 때, 숨이 턱 막혔습니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내 설명이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맥락과 배경, 상황을 생략한 채 AI에게 단편적인 질문을 한 뒤, “당신이 틀렸어요” 라는 상황을 겪으니, 이것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이런 변화가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벤다이어그램으로 비유하면, 많은 사람이 함께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고 서로 교차검증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낼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이를 협업 과정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고,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준비도 충분히 되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나는 그러지 않았는지 되돌아봤습니다.
나 역시 AI를 통해 확인은 했던 것 같은데, 적어도 말은 꺼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향적 성향이라 다행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사자에게 닿진 않겠지만 여기서라도 미안함을 전해봅니다.
또한 내 전문 영역이 줄어드는 만큼, 앞으로 나의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는게 의미가 있는지? 확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남습니다.
마지막
짧게 쓰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한 회고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해는 회사에서 최종 목표로 한 것을 달성했고, 또 다른 기회도 함께 얻었습니다.
단순히 운이 아니라,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가 드러난 것이라 믿기에, 내년에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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